들어가며
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작년 3월을 기점으로 코로나도 걸리고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니 훌쩍 시간이 흘러 PM으로 일한지 벌써 1년을 채웠습니다. 이 시간을 정리하기 위해서 시간을 잡고 나 홀로 워크숍을 하며 연말회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글은 연말회고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며, 2021년부터 이어오는 제 연말회고 템플릿을 활용했습니다.
2022년 한 해 요약
몰아치는 업무 속에서 이 짤을 보며 웃픈 순간이 많았다. 이 짤 속 대사처럼 2022년은 일이 끝나고 또 시작되기를 반복한 시간이었다. 지난 해부터 이어온 장기 프로젝트가 2월 중순에야 마무리되어 이제야 새해가 밝았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 탓에 2022년을 갈무리하는 연말회고 포스팅을 뒤늦게 발행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번 1분기 내에 2022년 연말회고를 해내야만 4분기의 내가 2023년의 연말회고를 부채감없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자, 가보자고!
2022 한 해를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하기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첫 일년이었던지라 그냥 회고를 한다면 일하는 나에 대한 회고에만 치중하기 쉽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일하는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여러 자아 중 일부이고, 서로 영향을 받는다. 일하는 나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자아들도 살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연말 회고에서는 내가 가진 여러 자아를 각각 분리해서 2022년을 돌이켜보았다.
직업인 관점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파야 한다는 것을 배운 한 해
2022년은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시작해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연말을 맞이한 첫 번째 해였다. 회사에서는 총 여섯 번의 조직 이동을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서울스토어 론칭과 같이 굵직한 신규 서비스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why부터 시작해서 결과 분석까지 데이터 기반 프로덕트 개선 프로젝트도 경험했다.
회사 밖에서의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코드스테이츠 프로덕트 매니저 부트캠프에서 멘토링을 진행하며 예비 프로덕트 매니저인 수강생분들과 만났다. 내가 공부하고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활발히 공유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레슨런을 얻기도 했다. 멘티분과는 커리어 고민을 나누며 여전히 연락하고 지낸다. 멘토-멘티에서 같은 직무를 가진 동료가 되기까지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이어나갈 수 있다니,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멘토링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을 귀한 자산이다.
주로 데이터/PM 직무 관련으로 다양한 스터디를 만들고 참여했다. 그러면서 배운 것은 콘텐츠로부터 습득한 지식이나 인사이트를 흘려보내지 않고 기록으로 단단히 묶어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러 활동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인 PAP Quantitative UX 스터디에서 아티클을 발행한 경험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동료 PM분들과 만든 사내 스터디는 아직 현재진행형.)
회사 안/밖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으며 여러 질문이 남았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고, 나의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 외부 환경이나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담긴 질문이기도 했다. 이 질문들을 한 번에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떤 방향성을 가진 직업인이 되어야 할지 알기 위해서 더 넓게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넓게 파는 시간이 선행되고 그 이후에야 깊게 팔 수 있을 거다.
커리어 패스란 직선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가 아니라 암벽등반처럼 하나씩 선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배웠다. 앞으로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암벽등반하듯이 나만의 길을 걸어보고 싶다. 그 수단으로써 2023년에는 독서와 영상, 커뮤니티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보려 한다. 특히 독서-글쓰기를 병행하는 활동을 활발히 해보고 싶다. 그동안의 경험을 참고 삼아 앞으로 내가 쌓고 싶은 경험들을 선택해야지.
지은이 관점
총 12편의 글을 발행하고, 글쓰기로 수익을 창출한 한 해
브런치 구독자는 170명을 넘어섰으며, 커리어리에서도 팔로워 수가 100을 넘었다. 링크드인에서는 팔로워 수 700명을 넘었고, 업데이트 누적 조회수는 8만 회에 달한다. 이건 모두 글을 쓰고 발행했기 때문이다.
2021년 연말회고 당시 2022년에는 매달 글을 발행해 12편의 글을 브런치에 발행하고, 퍼블리 콘텐츠를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다. 결과적으로 2022년에는 브런치에는 10편의 글을 발행, 퍼블리와 PAP에서 총 2편을 발행해서 목표치를 달성했다. 덧붙여, 퍼블리에 글을 발행하면서 2022년 8월부터 지금까지 꽤 많은 수익을 달성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브런치에는 3월 이후로 글을 발행하지 못했다는 점인데, 업무적으로 산출하는 데에 좀 더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후에 퍼블리나 PAP에서 글을 발행했으니까 괜찮다.
기록인 관점
TIL 1년 동안 꾸준히 작성하는 데에 성공한 해
* 콘텐츠 발행과 개인적인 아카이빙은 다르므로 지은이와 기록인은 별도로 다룬다.
250개 넘는 TIL이 쌓였다. 1월부터 12월까지 계속 기록했고, 얕거나 깊거나 매일의 업무를 회고하고 그 기록을 이어갔다. 연말이 되면서 조금 느슨해지기도 했지만 끝까지 꾸준히 적었다. 쌓아둔 기록을 보니 스스로 대견하다. TIL을 혼자 작성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TIL을 주제로 퍼블리에서 콘텐츠를 발행해 수익을 창출하고, 더불어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활동까지 달성했다. 동시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현재의 나도 과거의 기록을 통해 위로와 영감을 얻고 미래의 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이만하면 말 다 했다.
생활인 관점
생활인 자아의 필요성을 깨달은 해
살림은 생산 활동을 위한 생산 활동이다. 따라서 살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지속가능성과 거리가 먼 길을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커리어에 대한 글을 쓰는 브런치에서 "생활인"이라는 개념을 굳이 언급하는 이유다.
살림이 비생산 활동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좋은 환경적 조건'을 갖추는 데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지내는 환경을 스스로 돌보지 않은 탓에 오히려 좋은 컨디션으로 활동하기 어렵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2022년에는 생활인으로서의 자아의 필요성을 발견하는 한 해였다면, 2023년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단단하게 성장시키고 싶다. 내 공간을 통제하고 관리해서 소중한 나에게 쾌적하고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자!
취향인 관점
독서, 그림, 플라워 레슨,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여러 취미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며 휴식하고 충전한 해
나에게 잘 맞는 취미 생활을 잘 키워나가는 것도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기틀이 된다. 어쩔 수 없이 나의 주된 활동은 일인데, 여기에서 어려움이 있을 따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지난 해에는 그때마다 취미 생활을 하며 잘 쉬며 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상적인 변화는 독서가 취미가 된 거다. 그동안 독서는 무언가 미션을 달성하기 위한 행위였다. 예를 들면 브런치 아티클을 작성해야 한다거나, 스터디에서 숙제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져서 읽었던 것. 그렇다 보니 정말 즐겁게 제멋대로 책을 읽은 적이 드물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병렬식 독서를 실천해서 철학부터 커리어, 에세이 등등 여러 책을 읽었다. 침대 머리맡에는 늘 5-6권이 놓여 있었다. 야금야금 조금씩, 그때그때 끌리는 책을 읽으니 물리지 않고 꾸준히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병렬식 독서를 시도해 보길 권하고 싶다.
또 하나 주요한 변화는 넷플릭스로 콘텐츠를 보며 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점이다. 이건 동료 J님의 '힘든 날에는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로맨스 코미디 영화 한 편을 보고 잔다'는 말에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평소 생각이 아주 많은 편이라 환기가 정말 중요한데, 위 방법을 따라 해보니 생각을 멈추고 일하는 모드를 OFF시키고 긴장을 풀기 쉬워졌다.
2022 회고를 마무리하며
이번 연말 회고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2가지다.
첫째, 일하는 자아가 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 일하는 나는 나를 구성하는 일부에 불과하다. 물론 일은 중요하다. 근로소득을 얻을 수 있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위해서 나를 잃을 수는 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무형의 것을 유형의 것으로, 회고 과정을 거쳐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했다. 언제든 길을 잃은 기분이 들 때 들어와서 꺼내어 보고, 차츰차츰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둘째, 무거운 회고는 하지 말자는 것! 반성을 위한 회고에 힘이 쏠리지 않도록 주의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3월에 하는 작년 연말 회고인만큼 가볍고 산뜻한 회고를 하고 싶었다. 기존의 연말회고 양식에서도 꼭 필요한 내용만 정리했다. 모든 내용을 다루며 무거워지는 바람에 포스팅 발행이 더 늦어지는 것보다 가볍게 공개할 수 있는 범위의 내용으로만 발행하는 것이 실행으로 옮기기 쉽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저 두가지를 지키며 이번 포스팅을 작성했고, 기대한 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스럽다. 이 연말회고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발행한다.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발행하며 그간의 공백을 잘 메워두고 2023년의 수수나로 넘어가고 싶었기도 했고.
예전에 금속 공예를 배웠는데, 그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금속을) 그냥 망치로 두드리면 부러지지만, 불에 충분히 달군 후에 두드리면 휘어져요.'
지난 한 해는 분명 그런 시간이었다. 여러 차례 조직을 이동하고 연차에 비해 큰 프로젝트들을 맡았다. 변화 속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부지런히 나아갔으나 때때로 버텨야 하는 시간이 있었다. 뜨거운 불 속에서 달궈진 후 망치로 두드려지고, 자연히 식으면 다시금 달궈지기를 계속 반복하는 것과 같은 경험이었다. 지금껏 이 과정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더욱 더 몸에 익으면 실시간으로 인지할 수 있을 거고, 결국에는 응용하기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부드럽게 휘어지면서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제 정말 마무리한다. 잘 가라,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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