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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와 삶

Today I Learned 챌린지를 하는 이유

by 수수나 2024. 12. 1.

** 2022.02.23 브런치에 발행한 글을 블로그로 옮겼습니다.

햄스터가 쳇바퀴를 좋아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

 

일이 너무 좋아서 시작된 문제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학부생 시절에도 학생회, 동아리, 인턴십, 대외활동, 개인 프로젝트 등등 여러 일을 동시에 해나갔다. 오죽하면 룸메였던 친구가 그랬을까. "지금 너 쳇바퀴 5000바퀴 돌리는 햄스터 같아." 하지만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충만하고 즐거웠다. 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정말 좋았다.

 

그런데 입사 6개월 만에 번아웃이 왔다. 첫 번째 직장에서의 일이다. 언제나 즐겁게 일을 시작했고 열심을 다해 결과물을 완성했지만, 상사에게 업무 결과를 보고하고 나면 자신감을 잃었다. 피드백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경험이 누적되면서 스스로의 업무 능력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됐다.

 

퇴사를 앞둔 때에야 용기 내어 피드백을 여쭤봤는데, '잘해서 별 말 안 한 것이었다.'라고 하셨다. 그동안 잘하고 있었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지만, 그 말을 듣기까지 걸렸던 시간만큼 허탈함이 오래 남았다.

 


 

 

번아웃 속에서 알게 된 나

대부분의 PM이 그렇지만 나도 일 벌이는 재미로 살아왔다. 그래서 번아웃은 무척 괴로웠다. 쌩쌩 달리던 자동차가 강제로 멈춰 세워졌다. 타이어에 펑크가 났는 걸 어쩌나. 앞으로 갈 수 없어 가만히 멈춰서 있는 동안 불안했다. '이게 계속 반복되면 어떡하지?'

 

퇴사 이후 천천히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며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을까? 그 답을 찾으려면 '내가 이렇게까지 소진된 이유'를 찾아야 하고, 그건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닿아있다고 생각했다.

 

책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를 읽으며 알게 된 나 홀로 워크숍을 시도했다. 하루 날을 잡아서 각종 강점 진단과 성격유형검사를 비롯해 자아탐색을 진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나는 이전보다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집중하는 사람이며, 성취한 것에 대해 공유하고 인정받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매일매일 작게라도 성취하는 경험이 있어야 나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아, 그래서 번아웃이 왔구나. 다음부터는 이 부분을 잘 기억해두고 꼭 챙기기로 결심했다.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내게는 김호 작가님이 오은영 선생님 같다. 다 울었니? 이제 나 홀로 워크숍을 하자.

 

 


 

커뮤니티에서 배운 회고의 중요성

'밀레니얼 여성들의 커리어 문제해결 커뮤니티' 빌라선샤인에서는 다른 뉴먼들을 레퍼런스 삼으며 기록과 회고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 또, 노션 템플릿과 같은 구체적인 실행방안까지 풍부한 인풋을 쌓았다.

 

엄청난 영업 덕분에 개인 주간 회고를 시작해 서서히 습관을 들였다. 해보니 정말 좋았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게 아니라 촘촘히 보내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회고? 그게 뭐지? 하며 심드렁했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점점 열성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회고, 이거 나랑 잘 맞는다.'

 

 

'프로덕트 만드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힙한 서비스의 비밀(지금은 힙니버스)에서는 "Today I learned 챌린지"를 알게 됐다.

 

일일 업무 회고인데, 매일 줄글로 적어내리는 "레슨런"으로 나의 성취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어떤 지표가 몇%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도 배웠기 때문에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니 얼마나 멋진가.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 한 가지. 당장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만 할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취준생은 매일 직무 관련 레슨런을 쌓거나 공유할 수 없었다.

 

그래서 취준 시절 나의 소원은 TIL 챌린지를 하는 거였다. 어찌나 좋아보이던지. 어디 내가 취업만 해봐라. 당장 실행에 옮기리라. 그간의 인풋으로 아웃풋을 만들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가열차게 취업 준비를 해나갔다. 그리고 끝내 신입 PM으로 입사가 확정되었다. 두 번째 회사 생활, 나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내가 스시집 사장님은 아니지만

 

 

그렇게 TIL 챌린지가 시작됐다.

 

 


 

 

신입의 하루를 지탱하는 어제의 레슨런

첫 일주일은 기억도 하기 힘들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그 와중에도 매일 스스로 칭찬 하나씩은 꼭 해줄 수 있었다. TIL 포스팅에 "잘한 점" 최소 1개는 적어야 했으므로. 그래서 정말 별 걸 다 칭찬했는데, 마우스 교체한 걸 칭찬한 적도 있었다.

 

마우스가 안 먹어서 피플팀에 다녀왔다. 잘 작동하는 마우스로 교체해왔다. 내가 잘 적응할 수 있게 스스로 도왔다. 잘했어!

 

당연하지만 성과가 없는 입사 초기, 뭐라도 하나 잘했다 용기를 북돋아주는 일이 그다음 날 출근하는 마음에 보탬이 되어주었다. 아침에는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 어제 적은 TIL 포스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그래 오늘은 이걸 더 노력해보기로 했었지. 기억해뒀다가 꼭 해봐야지.' 하면서 의지를 다졌다.

 

 

자기 확신을 쌓아나가는 방법

신입 PM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불안한 마음이나 걱정이 자연스럽게 찾아왔다. "내가 잘하고 있나?"

 

리더나 동료의 피드백은 이런 순간에 큰 도움이 됐다.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실질적인 도움의 기회였다. 그러나, 바쁜 분들을 붙잡고 시도 때도 없이 피드백을 요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무엇보다 나는 쉽고 빠르게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안다. "스스로에게 의견을 묻는 것".

 

오늘의 잘한 점은 뭐였는지. 문제는 뭐였고 내일은 어떤 액션으로 개선해보고 싶은지. 배운 점은 또 어떤 게 있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며 자기 확신을 쌓아간다. 그게 내가 TIL 챌린지를 하는 이유다.

 

나아가 이 내용들을 정리하여 브런치 아티클을 연재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이렇게 개선했음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공유하기 위함이다. 단순히 TIL 챌린지를 하는 것을 넘어서, 내가 획득한 레슨런을 정리하여 타인에게 공유하기까지. 이 모든 활동은 나의 행복도에 기여하고 있다.

 


 

어제는 입사한 지 3개월이 된 날이었다. 수습이 끝났고, 정규직 계약서를 쓰고 왔다. 블로그에는 90일간의 퇴근길에서 적은 레슨런이 있다. 입사 첫날의 긴장과 두근거림도, '내일은 좀 더 똑똑한 질문을 하자'며 반복되는 다짐도, 주변의 동료로부터 배우며 느끼는 감사함도 모두 그곳에 담겨있다.

 

앞으로 또 어떤 것들이 모여 내일의 내가 될까? 계속해서 스스로 문제를 찾고 액션플랜을 세워 실행할 거다.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기록할테지만 그렇게 해도 계속 배울 게 천지겠지. 오히려 좋다.

 

TIL 챌린지   해보는  소원이었던 마음을 잊지 않으려  글을 썼다. 시작은 번아웃이었으나,  끝은 창대하기를 바라며.

 


- TIL 챌린지 영업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oosunnaa/45